조회 수 23 추천 수 0 댓글 1

자동차의 안전은 도로 규범이라는 약속에 의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 차선은 그 중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차선 인식의 혼란으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악천후에는 그 위험성이 증가한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많은 운전자들이 이토록 차선과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그 합리적인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 살펴본다.

차선(次善)일 수 없는 차선

차선은 흔히 생명선에 비유되곤 한다. 특히 중앙선은 생과 사를 가르는 선으로 비유된다.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연평균 1만여 건이 넘는데, 사망률이 3.4%에 달한다. 이는 신호위반 보다 2.5배 높은 수치다. 비록 2013년 1만 2,324건이던 중앙선 침범 사고는 2014년에 1만 2,092건으로, 2015년에는 1만 1,998건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망자 수는 2013년 423명에서 2014년 385명으로 줄어들었다가 2015년에 다시 412명으로 증가했다.

제주도의 1100고지로 가는 도로.  황색 중앙선이 지워져 식별이 어렵다

같은 주행방향의 차선이라고 하더라도, 정해진 차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않는다면 측면 차량과의 접촉사고로 신체적,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고속 주행 중 측면 충돌로 인해 자동차가 마찰력을 잃고 차체 자세 제어력을 상실하면, 차체가 스핀하면서 2차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 이 경우 뒤따르던 차량과의 정면 충돌 가능성도 있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다.



차선의 시인성을 결정하는 것은?

차선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눈에 얼마만큼 잘 띄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차선 시공용 도료의 빛 반사성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도로 포장용 도료는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반사성능을 가져야만 노면표시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해두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는 분리되어 있던 도료 반사성능을 경찰청 기준으로 통일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시공 시 일반적인 주행 차선인 백색 선은 240mcd(밀리칸델라)/(m²·lux) 이상, 중앙선이나 인도와의 경계 등을 나타내는 황색 선은150mcd/(m²·lux) 이상의 반사성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버스 전용차선을 나타내는 청색 선은80mcd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손상 및 마모 등으로 인한 재시공시에는 백색이 100mcd 이상, 황색이70mcd 이상, 청색이 40mcd의 밝기를 구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시인성의 기준은 30m 떨어진 지점에서 전고가 1,200mm인 자동차의 운전자가 내려다보는 것을 감안했을 때의 기준이다.

(좌): 고휘도 차선 / (우): 일반 차선

그렇다면 차선의 반사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작고 투명한 유리 알갱이인 글라스 비드의 함량에 달려 있다. 글라스 비드의 지름은 작게는 ㎛(마이크로미터)부터 크게는 mm단위에 달하며, 1994년 9월부터 차선 도색용 도료 내 함유가 의무화되었다. 시공사는 공사 작업 전, 도로용 페인트에 미리 글라스 비드를 섞어놓거나, 시공 시 페인트 위에 뿌려 굳히는 방법으로 차선의 반사성능을 높인다.

(좌): 고휘도 차선의 비드 / (중): 시공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한 고휘도 차선 / (우): 시공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일반 차선

 

재귀반사 성능이 우수한 고휘도 차선의 비드 (사진출처: 코엔화학)

노후한 차선의 휘도 저하와 난반사가 문제

모두가 알다시피 눈이나 비 안개 등은 차선을 인식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준다. 그렇다면 이런 악천후가 차선 인식에 어떤 식으로 방해가 될까? 삼성교통문화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일반적인 교통사고 100건당 평균 사망자는 0.5명이지만, 비가 내릴 경우에는 2.3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약 4.3배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서 눈여겨볼 수치는 사고 차량의 도로 이탈 횟수로, 악천후 시 이 수치가 평상시보다 6.4배나 높았다. 물론, 도로 이탈은 물이 고인 곳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수막현상, 마찰력 약화로 인한 조종성의 저하 등 차량 통제력의 상실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들은 그보다 차선이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음을 호소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편으로, 지난 2016년 8월에는 국토교통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등에 소속된 18명의 국회의원이 ‘도로 차선 및 노면표시 식별 강화’를 주제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비가 내리면 난반사로 인해 차선 식별이 쉽지 않다

또한 2015년 경찰청이 발표한 기상 상태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흐린 날의 교통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가 9,581건에 364명(3.7%), 안개 시에는 428건에 42명(9.8%)에 달함을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노후한 차선은 휘도 저하와 난반사라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라스 비드가 차선에서 떨어져나가며 휘도가 약해져, 우천 시에는 난반사를 극복하지 못하고, 안개 시에는 충분한 휘도를 발휘하지 못해 운전자가 차선을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다.



차선의 이러한 노후화 현상은 타이어의 마찰열, 태양 복사열 등 열에 의한 손상뿐만 아니라, 과적 차량, 사고 등 지속적인 외부 자극의 누적에 기인한다. 이 때 페인트에 함유되어있던 글라스 비드도 함께 사라지며 반사 성능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글라스 비드가 사라진 차선은 비가 올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통상 고열로 도료를 가열해 지면에 부착시키는 융착식 도료가 이러한 문제에 취약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비용과 환경 관련 문제로 인해 당장 새로운 도료를 적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관계자들이 고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른 시인성을 인정하는 해외 기준

그렇다면 해외 교통 선진국들의 사례는 어떠할까? 해외의 경우 상황에 따라 밝기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차선은, 밝기 표준 규격인 IS EN의 최고 등급인 R5 기준을 충족한다. 백색 차선의 경우 마른 노면에서 300mcd, 우천 시 225mcd로, 황색 차선은 마른 노면에서 200mcd,우천 시 150mcd로 상황과 차선의 색상에 따라 다르다. 또한, 이러한 기준은 R0부터 R2~R5까지 세분화해 명확성을 더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중앙선에 백색 차선을 적용하고 있는데, 백색 차선이 황색 차선보다 밝기가 60%, 시인성이 30% 이상 높기 때문이다. 국내 차선의 반사성능 기준을 살펴보아도 백색 차선이 황색 차선보다 50%가량 높은데, 이 역시 백색 차선이 황색 차선보다 기본적으로 밝기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중앙선, 혹은 중앙분리대 측의 차선을 백색으로 바꾸고 있는 추세이며, 실제로 일산서부 경찰서는 제2자유로 법곳IC에서 파주에 이르는 4.4km구간을 백색 차선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국내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은 중앙분리대 측에 백색 선을 이용하고 있다

안 보이는 차선, 자동차가 해결한다?

인간의 시각은 한계가 있다. 특히 신체 컨디션에 따라 시각은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의 첨단 자동차들은 직접 차선을 인식함으로써 인간의 감각을 보조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의 반 자율주행기능인 스마트 센스도 윈드실드의 상단에 부착한 카메라로 차선을 인식하는 차선 이탈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이를 기반으로 하는 주행 조향 보조시스템을 결합해, 운전자가 악천후에도 차선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아직은 카메라로 역시 차선을 인식하는 데 빛의 반사를 이용하므로, 차선의 휘도가 매우 낮은 곳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가 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이러한 첨단 기능들도 아직은 보완 관계다.



‘선’은 최소한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규칙을 지시, 혹은 상징하는 용어다. 아주 친밀한 인간관계에서도 ‘선’의 개념이 지켜지지 않으면 분쟁이 일어나고 상처가 생긴다. 하물며 상징적인 차원이 아닌 물리적인 차원의 ‘차선’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이 선을 지키는 데 여건상의 어려움도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운전자와 도로 교통 시스템의 설계자,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308 우리나라에서 가장 운전하기 힘든 도시 2 file 루카 2017.09.10 275 0
307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시회 '2017 오토모티브위크' 개막~ file 꼬추쪼물딱 2017.09.09 17 0
306 흔한 자라니 인성 file 부지런맨 2017.09.09 62 0
305 2017년 8월 국산차/수입차 등록 순위 알아보자 file 구름비 2017.09.08 23 0
» 차선이 안 보인다? 생명선과의 숨바꼭질은 그만! 1 수현 2017.09.08 23 0
303 귀신 형상 오싹 '상향등 복수 스티커' 벌금 10만원 선고 1 file 없는날 2017.09.08 30 0
302 통계 속 남녀 교통사고 file Benjamin 2017.09.07 34 0
301 해외서는 인기지만 국내엔 팔지 않는 차량들 2 file 웃는놈 2017.09.07 86 0
300 무개념주차하는 이유는 멀까? 3 file 닉넴사라짐 2017.09.07 39 0
299 타사이트에서 논쟁이 된 주황불 멈춤 문제 1 file 나무공원 2017.09.06 32 0
298 '내 차'를 빌려 타는 이유, 장기렌트카의 장점 강냉이털기 2017.09.05 39 0
297 간단한 자동차 점검 방법은? 1 리트고 2017.09.05 23 0
296 방향제 피규어자국 속상해요~ 1 file 강냉이털기 2017.09.05 54 0
295 테슬라모델3 vs BMW 3시리즈 1 씹쑝쌩낑 2017.09.05 24 0
294 아우디 다마츠 본적있나요?ㅋ 1 file 제임스타임 2017.09.04 37 0
293 신차살때 알아두면 좋은 꿀팁 1 일월령식 2017.09.04 45 0
292 일가족의 삶을 망가뜨린 죗값 80일 file 무턱대고 2017.09.03 40 0
291 국산차 외제 둔갑 모음 1 file 나선형 2017.09.02 46 0
290 소형 전기차 가격 1 file 오와앙 2017.09.01 29 0
289 창고에 40년동은 방치된 페라리 1 file 랑싱푸우 2017.08.31 35 0
288 i8 렌트카 사고 file 이트루 2017.08.30 40 0
287 보행신호가 녹색일 때 우회전 해도 될까? 1 file 숫돌 2017.08.29 19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0 Next
/ 20